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벌써부터 공천 경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정작 민생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서민들의 신음소리는 외면한 채, 공천장 하나 받으려 줄 서는 모습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쯤에서 고려시대 대문장가 이규보의 일화가 떠오른다. 그는 한때 과거 시험에 번번이 낙방하고 산속에서 책만 읽으며 지냈다. 그런 그가 대문에 내건 글귀는 이랬다. “唯我無蛙 人生之恨(나는 있는데 개구리가 없는 게 인생의 한이다).” 사연은 이렇다. 꾀꼬리와 까마귀가 노래 시합을 벌이기로 했는데, 심판으로 백로를 정했다. 꾀꼬리는 정정당당하게 노래 연습에 매진했지만, 까마귀는 백로가 좋아하는 개구리를 잡아다 뇌물로 바쳤다. 결과는? 백로는 까마귀의 손을 들어주었다. 꾀꼬리는 이후 대문에 저 글귀를 붙였다. 이규보는 이를 통해 뇌물 없인 과거에 급제할 수 없었던 당시 세태를 풍자했다. 이 말을 들은 의종 임금은 그에게 감탄해 임시 과거를 열었고, 결국 이규보는 장원급제했다. 그로부터 약 1,000년이 흐른 지금, 지방선거를 앞둔 정가의 풍경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여전히 '개구리(와이로)'를 잡느라 분주한 후보자들, 감동적인 자
오늘은 제52회 해남군민의 날이다. 해남군의회는 자매결연 도시인 경북 영덕군에 500만 원의 성금을 전달했다. 최근 대형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은 영덕군민들을 돕기 위해 의장단과 상임위원장들이 의회 운영업무추진비를 아껴 마련한 것이다. 해남군의회는 “자매도시의 아픔에 함께한다”며 연대와 협력의 가치를 강조했다. 이 성금은 크기보다 마음이 앞섰다. 반면 정치권과 중앙정부의 대응을 향한 시선은 냉담하다. 지난 3월 21일부터 시작된 전국 산불은 9일간 40여 곳을 태우며 75명의 인명피해와 6천 개가 넘는 시설물 전소를 남겼다. 그런데도 화재 원인은 성묘객 실화로 단정되었고, 의혹을 제기하는 목소리는 ‘가짜 뉴스’로 몰렸다. 정작 정부와 정치권은 철저한 진상 규명에는 미온적이고, 피해자들의 고통은 외면한 채 현장을 ‘무대’로 활용하는 데 급급했다. 산불 현장은 여전히 잿더미인데 정치인들은 여전히 ‘쇼’에 열중이다. 언론은 타오르는 화염보다 정치인의 방문 사진을 더 오래 비췄고, 여야를 막론한 정치인들은 이재민들의 “불 끄러 가자”는 절박한 외침에도 저급한 정치적 언사로 응답했다. 체육관 대피소를 기웃거리고 시장을 돌며 악수를 건네는 모습은 마치 인기 연예인의 팬